[경제] “알많아 좋아~” “죽기 딱 좋은 낙지네” 대박 난 요즘 광고의 비밀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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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아~ 알 많아 좋아~ 컬 말아 좋아~.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와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의 명대사가 쇼핑 할인 문구로 바뀌었다. 배우 장혁은 추노 분장 차림으로 명대사 “얼마나 좋아”를 패러디해 명란젓과 고데기 등 G마켓 빅스마일데이 특가를 외치고, 배우 박성웅은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를 “거 죽기 딱 좋은 낙지네” “거 죽기 딱새우”라고 바꾼 대사를 연기한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천만 광고감독’에 도전하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이 영상의 댓글창에는 이런 반응이 달렸다.

b.피셜

“유튜브 프리미엄인데 나 왜 이 광고 찾아보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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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빅스마일데이 캠페인 광고에서 배우 장혁은 추노 분장 차림으로 명대사 “얼마나 좋아”를 패러디했다. 사진 G마켓

광고를 피하기 위해 돈을 내는 시대다. 5초가 넘으면 바로 광고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고, OTT에서는 광고 제거 요금제를 선택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광고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댓글을 달고, 2차 창작을 만들고, 다시 퍼뜨린다. 광고가 콘텐트처럼 소비되는 현상이다.

이 흐름의 한복판에 있는 G마켓 빅스마일데이 캠페인을 만든 서준석 브랜드마케팅팀 피플리더(팀장)를 서울 강남구 G마켓 본사에서 만났다. 건너뛰지 않는 온라인 광고, 숏폼보다 더 눈길 가는 광고의 비결을 물었다.

밈과 경쟁, 스크롤 사이에서 살아남아라

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영상 플랫폼 안에서 광고와 일반 콘텐트의 경계는 흐려졌다. 사용자는 드라마 클립·먹방·밈 영상 사이에서 광고를 소비한다. 광고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광고가 일반 콘텐트 사이에 끼어드는 구조다. 이 환경에서 광고는 첫 몇 초 안에 시선을 붙잡지 못하면 곧바로 스크롤된다.

서 팀장은 “소비자들은 광고는 회피하고 싶어 하고 콘텐트는 소비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 광고의 경쟁 상대는 같은 업종 브랜드나 다른 광고만이 아니다. 예능 클립, 드라마 명장면, 크리에이터의 일상 영상, 밈 콘텐트가 모두 경쟁 상대다. 브랜드들은 광고를 만든다기보다, 스크롤 사이에서 살아남을 콘텐트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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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빅스마일데이 캠페인을 만든 서준석 브랜드마케팅팀 피플리더(팀장). 사진 G마켓

한때 광고는 TV 앞에 앉은 시청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송출됐다. “부자 되세요”가 유행어가 되고, 씨엠송이 온 국민의 머릿속에 박히던 시절이었다. 채널이 몇 개 없었고, 소비자는 광고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OTT 광고 없는 요금제로 소비자들은 돈을 내고 광고를 없앤다. 광고 시장의 중심도 TV에서 SNS·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 광고조차 소비자들은 보지 않으려 한다. 광고를 전제로 한 기존 문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변화가 브랜드들을 콘텐트 제작사처럼 만들고 있다. 최근 브랜드 광고들은 로고 노출을 줄이거나 일반 크리에이터 영상처럼 편집한다. 서 팀장은 “저희가 단순히 다른 광고랑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스크롤하는 그 콘텐트 안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가 돼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G마켓은 이 판단을 제작 방식에 적용했다. 이번 빅스마일데이 영상에는 브랜드 로고와 자체 폰트가 없다. 일반 사용자가 올린 영상처럼 만든 것이다. 공개 직후 “이거 공식 계정 거야?“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광고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눈치채는 순간 이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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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SKT T로밍 광고에서 배우 지창욱이 공항에서 슈퍼 그랑죠를 패러디했다. 외교부 공식 계정은 “공항 내부에서 변신하실 때는 안전을 위해 기합 소리를 반 정도로만 하시면 어떨까요”라는 댓글을 남겨 화제를 더했다. 사진 SKT T로밍 영상 캡처

같은 흐름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SKT T로밍 광고에서는 배우 지창욱이 공항에서 슈퍼 그랑죠를 패러디해 갑옷으로 갈아입고 캐리어 위에 올라탔다. 외교부 공식 계정이 “공항 내부에서 변신하실 때는 안전을 위해 기합 소리를 반 정도로만 하시면 어떨까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화제를 더했다. 광고가 밈이 됐고, 밈이 다시 광고를 퍼뜨린 것이다.

“조회수 100만보다 공유 10만”…성과 지표가 달라졌다

광고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노출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퍼졌느냐다. 댓글·클립·링크 공유가 광고의 성패를 가르는 지표가 됐다. 서 팀장은 이를 “광고 KPI(핵심성과지표)가 아니라 콘텐트 KPI”라고 표현했다. 그는 “콘텐트처럼 소비되게 만들려는 시도는 많지만 실제로 달성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게 안되니 조회 수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플랫폼 알고리즘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시청 완료율과 공유·댓글 반응을 기반으로 콘텐트를 추천하는 구조에서는 끝까지 보게 만드는 영상, 댓글을 달고 싶게 만드는 영상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 돈을 써서 노출을 사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트의 힘으로 알고리즘을 타는 구조다. 광고비보다 콘텐트의 질이 도달을 결정하는 셈이다. G마켓이 광고를 콘텐트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을 택한 데는 단순한 화제성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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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과 박성웅, 장항준 감독이 출연한 G마켓 빅스마일데이 캠페인 광고.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와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의 명대사가 쇼핑 할인 문구로 바뀌었다. 사진 G마켓

서 팀장은 이번 캠페인의 출발점을 브랜드 인지도 회복에서 찾았다. “G마켓이 한때 굉장히 유명했던 브랜드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특히 3040·4050 이용자들에게는 익숙한 브랜드였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시 대화의 소재가 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G마켓 빅스마일데이 캠페인의 순수 바이럴 조회수는 3000만 회를 넘어섰다. 유튜브에는 ‘장혁씨 입금됐습니다’ ‘광고비 얼마나 받은건지 감도 안온다’ 등 광고를 따라 하거나 반응하는 영상이 200~300개 올라왔다. 또 전주시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지자체나 정부부처에서 같은 형식의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회사 측은 이런 화제성이 고객 유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이상 방문이 없었던 휴면 고객의 재방문·재구매가 38% 증가했고, 광고 온에어 전후를 비교하면 1020세대 구매 고객 수도 약 10% 늘었다. 서 팀장은 “광고로 돌린 100만 조회수보다 고객들이 실제로 공유하는 10만 조회수의 영향력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제한된 예산으로 더 넓게 퍼지는 방법, 그게 지금 마케터들이 찾는 답이다.

“다음편 언제 나와요?”…‘IP’된 광고

G마켓은 지난해 9월 설운도·김종서·환희 등 1990~200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는 장항준 감독·장혁·박성웅의 영화·드라마 레퍼런스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5개월간 36편, 누적 2억1000만 뷰. 올해 영화 편은 공개 2주 만에 4400만 뷰를 넘어섰다. 서 팀장은 “범죄도시도 1·2가 나오니까 3을 기대하게 되는 것처럼, 고객들이 지마켓 캠페인을 콘텐트 IP(지식 재산권)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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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노출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퍼졌느냐다. 유튜브에는 ‘장혁씨 입금됐습니다’ ‘광고비 얼마나 받은건지 감도 안온다’ 등 광고를 따라 하거나 반응하는 영상이 200~300개 올라왔다. 사진 유튜브 캡처

다만 이 방식이 모든 브랜드에 통하는 공식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김정우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브랜드 광고들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밈처럼 퍼뜨리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G마켓 사례는 광고 자체를 2차 창작과 공유의 대상으로 만든 점에서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기본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라며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제품이나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광고는 사라지는 거지만 IP는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의 성공 기준은 이제 단순 노출이 아니라 기억과 관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브랜드는 이제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스스로 기억하고 기꺼이 관계 맺는 콘텐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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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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