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도체·AI가 곧 교육”… 6·3 단체장 후보 622명 교육 공약, ‘산업 밀착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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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에 나선 단체장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과 취업·산업 연계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등 이념·교육행정 쟁점이 선거를 달궜던 과거와 달리, 교육을 지역 산업 경쟁력과 인재 확보 전략으로 연결하려는 공약이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일 중앙일보가 광역단체장 후보 52명과 기초단체장 후보 570명 등 622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을 교육 항목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교육 공약의 무게중심은 ‘행정 지원’에서 ‘산업 인재 양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뚜렷했다.
“반도체 학교 만들겠다”…‘삼성·SK’ 지역 달군 인재양성 공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 건설 현장(오른쪽)을 비롯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첨단산업 기반 지역의 ‘반도체 거점 교육 경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사업장이 몰려 있는 경기를 비롯해 충청·경북 등은 ‘인재 양성→취업→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형 교육을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지사 후보들의 공약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양향자(국민의힘) 후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퇴직 임원이 가르치는 ‘반도체 아카데미’와 권역별 AI·반도체 고교 신설을 내걸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반도체대학원·기술원’ 유치·설립과 함께 기업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경기 밖에서도 전북지사 이원택(민주당) 후보는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인력 양성 연계를, 대구시장 추경호(국민의힘) 후보는 반도체 실무교육(D-Fab) 의무화를 내걸었다.
산업단지를 낀 기초단체에서도 반도체 특화 학교를 세우는 등 반도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졌다. 이상일(국민의힘) 후보는 ‘AI 예술융합고’ 설립과 ‘용인형 반도체 아카데미’ 구축을, 같은 지역의 송창훈(개혁신당) 후보는 삼성·SK 및 협력기업과 취업·인턴십을 잇는 ‘반도체 인재양성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공약 방식도 학교 신설부터 기업 연계 교육, 지역 캠퍼스 조성까지 다양했다. 전주시장 김광종(무소속) 후보는 ‘반도체 과학고’를, 파주시장 박용호(국민의힘) 후보는 ‘AI 특성화고’를 세워 전문 인력을 조기에 키우겠다고 했다. 광양시장 정인화(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력반도체 생산공장 유치와 순천대 광양 지산학캠퍼스를 연계해 기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AI 인재 양성, 대학·창업·평생교육으로 확장
지자체가 대학·기업과 직접 손잡고 AI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공약도 줄을 이었다. 단순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학과·장학금·현장실습·대학 유치 등 지역 산업과 대학을 묶는 방식이다. 경북지사 이철우(국민의힘) 후보는 지자체-대학-기업이 함께 인재를 키우는 ‘AI 인재혁신도시’를 조성하고 계약학과·채용연계형 교육으로 지역 정착까지 유도하겠다고 했다. 대전시장 강희린(개혁신당) 후보는 관내 대학별 특성화 학과 집중 지원과 이공계 장학금 신설을 약속했다. 청주시장 이장섭(민주당) 후보는 ‘첨단산업 계약학과’와 현장실습 컨소시엄으로 기업 수요에 맞춘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장 박정임(무소속) 후보는 ‘창원판 KAIST’ 유치로 제조업 기반의 공학 인재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과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AI 공약은 학교 담장을 넘어 청년 창업과 어르신 평생교육, 현금성 지원으로까지 뻗었다. 대상도 학생에서 청년 창업가와 어르신, 저소득층 가정으로 넓어졌다.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민주당) 후보는 청년을 위한 ‘창업도전캠퍼스’와 어르신을 위한 ‘시니어라이프캠퍼스’를, 오세훈(국민의힘) 후보는 ‘AI 학습진단’을 더한 ‘서울런’을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전시장 이장우(국민의힘) 후보는 초·중·고생에게 연 50만원의 ‘교육지원금 바우처’를 지급해 AI 코딩·로봇 교육에 쓰도록 하는 현금성 공약을 내걸었다.
단체장들이 교육을 첨단산업 경쟁력과 묶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교육이 학교 안 문제를 넘어 지역 일자리와 정주 여건, 생활 인프라와 맞물린 의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인재 1만명’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같은 공약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교육청·대학·기업과의 협력 구조, 재원 확보 방안, 구체적인 실행 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 분야 정책은 시·도 교육감 권한인 만큼 지자체장의 교육 관련 공약은 예산 지원 방식 등 보조적인 역할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교육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교육 관련 시설과 인프라·교통·치안·안전·예산 등은 지자체와 협력해야 하는 영역이 많다”며 “지역마다 교육 수요와 부족한 부분이 다른 만큼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교육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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