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만 첫 부커상 수상 양솽쯔 “문학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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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는 오픈리 퀴어 소설가다. 본명은 양뤄츠로 쌍둥이 동생 양뤄훼이와 함께 작가 생활을 준비하다 2015년 동생을 잃었다. 이후 '솽쯔'라는, 쌍둥이를 뜻하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
한 인간의 삶보다 문학의 생이 더욱 길기 때문에, 문학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 작가 양솽쯔(42)는 1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강한 권력 앞에서도 문학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2020)로 번역가 린킹과 함께 올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양솽쯔는 이 상을 받는 최초의 대만 작가이며, 중국어로 쓰인 소설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장은 “로맨스 소설인 동시에 날카로운 탈식민주의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양솽쯔는 이 책으로 2024년 전미도서상도 받았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제목처럼 1938년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대만을 배경으로 한다. 양솽쯔는 “현재의 대만 역시 중국 등에 여러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대만을 위해 이 상을 받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소설을 통해 대만 독자들에게 ‘100년 전에도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겪었는데 다시 지배를 당할 건지’ 묻고 싶었다”고 집필 계기를 전했다.

『1938 타이완 여행기』의 표지. 사진 마티스블루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영미권 외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번역본이 출간됐다. 한국어 번역본은 지난해 11월 출판사 마티스블루에서 나왔다. 중국에서도 판권 구매 문의가 왔지만 출간되지는 못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입장이 갈렸겠지만, 최소한 나를 찾아온 독자들은 역사 반성 의식이 높은 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 독자들을 언급하며 “일부러 식민 지배층의 관점을 비판하기 위해 지배층인 일본인의 입장에서 소설을 썼는데, 한국 독자들은 처음부터 피지배국 입장에 이입해 마술이 하나도 통하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일제강점기를 겪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에 의한 약 38년 간의 ‘계엄 시기’를 거친 뒤 1996년에 와서야 직접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역사의 상흔을 안고 있다. 양솽쯔는 “1945년 이후 한국과 대만은 또 다른 역사의 시간을 보냈다”며 “직접선거를 치른 1996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만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완전히 가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양솽쯔의 또 다른 역사소설 『꽃피는 시절』도 지난 15일 출판사 마티스블루에서 출간됐다. 사진은 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 모습. 연합뉴스
소설은 일본의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강연과 여행기 집필을 위해 대만에 초청되었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이 소설 자체가 가상의 소설가 치즈코의 여행기이고, 양솽쯔가 훗날 일본어로 쓰인 그의 여행기를 대만의 언어로 번역해 세상에 내놓는다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치즈코는 대만에 도착한 후 현지의 일본어 교사 출신 통역사 왕첸허를 소개받는다. 둘은 함께 식도락을 즐기며 대만 곳곳을 여행한다. 소설엔 당대 일본과 대만의 음식과 함께,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둘의 관계가 주로 묘사된다. 양솽쯔는 이 과정에서 식민자-피식민자의 경험과 경제력의 격차 등 둘의 기저에 깔린 구조적 문제가 관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매끄럽게 밝혀낸다.
양솽쯔는 이 소설이 미식을 소재로 하는 이유에 대해 “음식과 개인의 정체성은 떼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식업과 호텔 서비스업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 자신의 경험을 밝히며 “식사가 개인의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알게 됐다. 계급과 종족·성별·연령 등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모든 정체성에 영향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 간의 연애 감정을 다룬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퀴어 당사자로서 여성의 눈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1938년 대만에도 꿈을 꾸고 여행하는 여성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역사로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문학을 통해 기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양솽쯔는 앞으로도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의 언어로 기록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 두 권의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마무리 단계이며, 또 다른 책은 100년 전 여성의 직업을 중점으로 다루는 역사 소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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