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소멸 극복에 도움"...전국 지자체, 이민청 유치 열기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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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딸기농장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와 농협관계자가 빨갛게 익은 딸기를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등 이민정책을 총괄할 출입국ㆍ이민관리청(이민청)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민청은 국내 산업 ‘역군’으로 자리 잡은 50만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이민 정책 전반을 컨트롤한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전국 지자체가 이민청을 모셔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자치단체는 상주 인력이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정부 조직이 들어서면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대선 불발 조직개편, 새 국회서 논의

5일 정치권과 경기, 충남ㆍ북, 전남도 등 지자체에 따르면 이민청 설립을 위한 논의가 22대 국회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는 계절 근로자부터 주요 조선소와 지역 산업단지, 아르바이트 시장서까지 외국인근로자는 필수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 기능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 부처와 각 지자체에 흩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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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른 29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한 마늘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와 한국인 농민이 마늘을 망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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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외국인 출입국 심사와 비자 발급을 포함해 체류 자격과 국적ㆍ난민 지위 등 업무를 총괄할 이민청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민청 신설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제안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이민청 신설 내용을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담았다. 지난 2월엔 국민의힘이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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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24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법무부]

하지만 산업계와 지자체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도 이민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국제교류경영)는 “근로자 등 국내 외국인  관리ㆍ지원 등 업무가 각 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져 ‘따로국밥’으로 돌아가고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민청을 설립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정점식(통영ㆍ고성) 의원은 “이민청 설립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신설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 (법안 발의를) 당론으로 할지, 개별 입법으로 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외국인 비율ㆍ인프라 앞세워 이민청 유치전

이에 전국 지자체는 파견 공무원 등 상주 직원 숫자가 3000명으로 예상되는 이민청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등록외국인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경기연구원이 이민청 유치 관련 용역을 수행하며 군불을 지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등록외국인 134만8626명 중 42만5629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이 용역에서 이주민 관련 모든 기능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이민청이 설립되면 경기도 생산유발 효과는 5152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5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권에서만 해도 안산·김포·고양·화성·광명·동두천시 등이 외국인 주민지원본부 설치를 비롯해 광역교통망과 대기업 입주 도시인 점 등을 내세워 유치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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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충북도는 음성군의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도내 외국인 비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송국제도시 조성 등을 통해 외국인 특화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점도 충북도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오는 9월쯤 이민청 유치 전략수립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충북도는 더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국토 균형발전, 행정능률, 접근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국토 중심에 있는 충북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청년 인구 유출과 고령화에 따라 심각한 인력난을 맞은 전남도는 “이민청은 지방소멸 위기가 가장 큰 전남에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남도는 지난해 말 이민청 유지 의사를 밝히며 광양항과 무안국제공항, KTX 등 ‘육해공’ 교통 인프라를 갖춘 동북아 관문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충남도와 천안·아산시는 KTX 천안아산역 일대가 이민청 최적지라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에는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13만6006명)이 거주하며, 전체 도민 수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은 6.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특히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설립된 만큼 비수도권 지역에 이민청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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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군 친환경농업연구센터에 열린 2024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가 배정 및 교육에서 필리핀 근로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시와 아산시는 지난 2월 천안시민 29만명, 아산시민 13만5000명이 서명한 유치 찬성 서명부를 충남도에 제출한 상태이며, 충남도는 관할 부처인 법무부에 곧 서명부를 제출하기 위한 일정을 잡고 있다. 두 지자체는 이민청 유치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각각 범시민유치위원회 구성도 추진 중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정부세종청사나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에 이민청이 설치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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