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베트남 왕조 집성촌 있던 곳…봉화에 'K-베트남 밸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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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직선거리로 3000㎞ 이상 떨어진 한국의 작은 도시 경북 봉화군에 ‘베트남 마을’이 만들어진다. 이른바 ‘K-베트남 밸리’다. 지금까지 지자제 차원에서 추진되어온 이 사업은 앞으로 국가 차원의 문화교류협력 사업으로 규모를 키워갈 전망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3일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서 열린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 현장 간담회’에서 경북도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유 장관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부호(Vu Ho) 주한베트남대사, 지역구 국회의원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베트남 리 왕조의 화산 이씨 후손 등이 참석했다.
“마을 스토리텔링으로 콘텐트 제작”
유 장관은 “화산 이씨의 뿌리가 있는 마을인 만큼 이곳이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친선 및 교류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잘 스토리텔링 해 영화나 드라마, 베트남과의 관계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여러 콘텐트로 재생산 해 두 나라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이 이날 봉화에 방문한 것은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 마을 조성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경북도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한-베 수교 이후 30여년간 동반성장 중인 베트남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국가 대 국가 문화교류 협력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와 베트남 측에 건의했다.
인구 3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 베트남 마을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뭘까. 경북 봉화군과 베트남의 관계를 찾기 위해선 12세기 베트남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베트남 국명이 대월(大越)이었던 시기에 제6대 황제 영종의 7남 이용상(1174~?·李龍祥·베트남어로 리롱떵)이 태어났다. 베트남 최초의 통일왕조이자 장기집권 왕조인 리(Ly) 왕조(1009~1225)가 쇠퇴의 길을 걷던 시기였다.
1220년대 베트남 왕족 봉화에 정착
이용상의 조카인 혜종이 제8대 황제에 오른 뒤인 1210년, 왕조의 외척이었던 진수도(1194~1264·陳守度)가 국정을 위임받아 운영하게 됐다. 이는 리 왕조 몰락의 시작이었다. 진수도는 혜종의 딸을 임금에 앉힌 뒤 자신의 조카와 결혼시키고 왕위를 남편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성혁명을 일으켰다. 왕조가 이씨에서 진씨로 넘어가자 대규모 살육이 이뤄지고, 이씨 가문의 후손들은 대부분 멸족을 당했다.
이용상은 숙청에서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당시 대월을 떠난 이용상은 1126년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포에 이르렀다. 베트남 왕자가 표류해 왔다는 소식을 들은 고려 조정에선 크게 환영하며 그가 고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화산 이씨(花山 李氏) 성씨도 조정이 하사했다. 화산 이씨 시조가 된 이용상의 둘째 아들인 이일청이 안동부사로 부임하면서 후손들은 이후 안동과 봉화 일원에서 세거지(世居地·동족 부락)를 이루고 살았다.
한편 봉화군 봉성면에는 이용상의 13세손인 이장발(1574~92)의 충효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충효당이 있다. 이장발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9세의 어린 나이로 전장에 달려가 문경새재에서 혈전 끝에 생을 달리한 인물이다.
지자체→국가 차원 사업 덩치 커져
애초 봉화군은 충효당 일대 3만8350㎡ 규모 부지에 베트남 마을을 조성하려고 했다. 베트남 전통 마을과 리 왕조 유적지 재현 공간, 연수·숙박시설 등을 조성해 충효당을 관광 명소화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마을 조성 사업이 국가 간 문화교류협력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사업 규모 역시 더 커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내년 핵심 사업으로 ▶유적지 인근 창평저수지를 활용한 이색관광 활성화와 상업 특화 거리 조성을 위한 관광 개발사업, ▶봉화 화산이씨 문화원형을 활용한 역사 문화 콘텐트 개발과 디지털 복원 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지사는 “K-베트남 밸리는 양국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교류 협력의 거점”이라며 “경북에서 시작한 국가 차원의 문화 콘텐트를 확대해 지방소멸과 저출산에 대응하고 미래 이주 사회 공존을 실현할 수 있는 선도모델로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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