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벤츠냐, 벤츠 차주냐…주차장 화재 보상책임 '이것'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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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근 차량 140여대가 전소하거나 불에 그을린 가운데 난데없이 피해를 당한 차량을 누가 배상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경우 우선 피해 차량 각각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추후 각 보험사들이 발화 차량 측 보험사 혹은 제조사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자동차보험으로 보상이 안 되는 아파트 주민 생활의 손해 등에 대해서도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보험사들끼리의 다툼에서 쟁점이 되는 건 최초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차주가 차를 제대로 관리했는가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즉 차주가 차를 제대로 정비했는지, 정상적으로 주차했는지,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 등에 비춰 특별히 하자가 없다면 보험금은 그대로 피해 차량 측 보험사가 부담한다.

일례로 2020년 7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2007년식 아반떼에서 불이 나 차량 수백 대가 탔을 때도 법원은 아반떼 측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차주가 주기적으로 차량을 정비했으며 주차 후 약 40시간이 지나서야 화재가 발생한 점이 고려됐다.

반면에 2022년 4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랜저에 불이 났을 때는 그랜저 측 보험사가 피해 차량 보험사에 보험금의 60%를 보상해야 했다. 차 연식이 13년 이상 됐고 주행거리가 약 27만㎞인 데다 리콜 대상 차량이었는데, 리콜에 응하지 않고 수리를 받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만일 운전자가 문제없이 차를 관리했음을 증명한 경우 책임 소재는 제조사에게 넘어간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궁극적으로는 제조사에게 입증 책임이 돌아간다”며 “결국 보험사와 제조사 간의 구상권 문제로 종결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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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사와의 법적 다툼에서 핵심은 화재 원인 규명이다. 소비자의 특별한 과실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차량 자체 결함을 원인으로 보게 된다. 2016년 충남 아산시 도로를 달리던 그랜저에서 불이 났을 때 현대자동차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진 것도 같은 이유다. 전체적인 소실 정도가 심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법원은 “차량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정기적 점검에도 불구하고 엔진룸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현대자동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인천 사고의 경우 벤츠 차주가 60시간 이상 비충전으로 주차를 해놓아 과실이 없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의해 입증 책임이 벤츠로 전환된다”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배터리 팩의 작동 데이터가 기록돼 있을 것인데, 사고 원인 파악의 일차적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증거가 타버렸다고 하더라도 결함의 추정에 의해 벤츠의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에서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방안전관리책임자가 책임 당사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생겼다. 2013년에 발생한 강원도 춘천시 아파트 화재에서는 오작동을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 회로를 차단해 둔 관리소장이 2500만원의 구상금을 물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8일 벤츠 전기차를 상대로 2차 합동 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이 든 차체 하부를 집중 조사하고, 배터리 관리 장치를 확보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도 배터리 담당 전문가 등 6명을 감식 현장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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