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도 국민 생명이 최우선"…용산이 한동훈 발언 불편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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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모든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정치 지도자로서 해내야 하는 소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난달 29일 참모진과의 만찬 자리에서 의료개혁에 관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비판과 비난을 받아도 우리나라의 미래가 열린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나에게 부여된 소명은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개혁에 도전하고 완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1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대응 등 이른바 ‘4+1 개혁’을 자신의 ‘소명(召命)’으로 여기고 있다. 종교적 용어인 소명을 거듭 언급하며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되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명 의식으로 접근한 개혁 추진이 단기적으론 국정운영의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조사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3%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하며 4·10 총선 직후인 4월 3주차 지지율과 동률을 기록했다. 총선 이후 개각과 대통령실 참모 교체 등 인적 개편,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8·15 통일 독트린 발표 등의 노력과 성과가 무색하게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특히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추석 연휴 때 응급실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게 발목을 잡았다. ‘의대 정원 확대’는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두 번째로 많이 꼽혔고, 그 비율도 일주일 만에 2%에서 8%로 6%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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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지지율 하락에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개혁 의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2월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높지 않았다”며 “당시 ‘총선을 앞두고 의료개혁을 추진하면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컸지만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윤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당정의 핵심축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당장의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우리 정치의 임무”라며 “당 대표로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면서 당장의 국민들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도 페이스북에 “‘갈등’ 프레임은 본질을 가리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지금 국민의 생명권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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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대통령실에선 한 대표의 생명권 발언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4월 1일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의 마지막 문장이 생명권에 관한 것이었다”며 “당시 담화에서만 ‘국민 생명’이란 말을 14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담화를 마무리하면서 “대통령인 제게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바로 국민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을 언제나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것인데,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조만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고령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연금개혁의 3대 원칙 중 하나로 ‘세대 간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애초 모두 인기 없는 정책”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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