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文은 뇌물, 김정숙은 타지마할...文부부 초유의 동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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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후보로 마지막 선거 유세를 마친 뒤 다혜씨와 기념촬영을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보고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다. 전주지검의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채용 및 딸 문다혜씨 태국 이주 지원 의혹 수사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관광 및 샤넬 재킷 의혹을 수사하고 있어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소환 또는 방문 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가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서울 자택 및 제주 별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제시한 영장엔 3개의 범죄사실이 담겼다. 우선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씨가 취업했던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 이상직 전 의원에게는 ‘뇌물공여’와 '업무상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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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달 30일 문다혜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피의자로 적시했다. 뉴스1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제공한 뇌물의 수수자로 문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뇌물가액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근무하며 받은 급여(월 800만원)와 태국 체류비(월 350만원)을 합쳐 2억3000여만원이다.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해 월급과 체류비를 줬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고, 4개월 후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됐다.

청와대 비공개 회의서 '이사장 내정'했나 

검찰은 항공업의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없던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취업한 배경엔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특히 2017년 말 당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하는 내용의 논의가 오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혜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도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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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2020~2021년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들의 연이은 고발로 시작된 서씨 특혜채용 수사는 결과적으로 문 정부 청와대 인사는 물론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통째로 겨누는 비리 의혹 사건으로 확대됐다. 검찰은 올 초부터 이 전 의원에 대한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사이의 연관성을 토대로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를 이어왔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금품을 수수할 경우 성립된다. 다만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의 경우 이 전 의원에게 제공된 중진공 이사장 자리는 문 전 대통령의 직무 범위였지만, 부정한 금품은 사위인 서씨가 수수했다.

직접뇌물 정조준…다시 등장한 '경제공동체'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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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해주는 대가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에 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포토

통상 부정한 금품이 공무원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전달된 경우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한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접 뇌물죄로 보는 데는 딸 부부에 ‘경제공동체’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혜씨 부부의 경우 별도 가정은 꾸렸지만 2018년 당시 독립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생활비 등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그 외에도 부녀간 금전 거래도 이어졌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가 생활비 지원 및 금전 거래로 엮이는 등 부녀가 사실상 같은 지갑을 공유한 경제공동체였다고 보고 있다.

또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뇌물죄의 피의자로 의율하려는 데에는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죄의 경우 뇌물죄 입증에 요구되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단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이 전 의원이 서씨를 취업시켜 줄테니 자신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해달라는 명시적 청탁을 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의미다.

靑 인사 진술거부로 '부정 청탁' 입증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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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참고인 신분으로 전주지검에 출석했다. 타이이스타젯 특혜취업 당시 조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연합뉴스

그간 검찰에 수차례 소환된 서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았고,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진술 자체를 거부한 상태에서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긴 까다로운 상황이다.

검찰은 다혜씨 자택과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다혜씨를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다혜씨는 압수수색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깨진 유리창 사진과 함께 “개구리가 되어 보면 머리는 빙빙 돌고 몸은 늘어져 가고 숨은 가늘어지는데도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 그것만 되풀이하게 된다”는 글을 남겼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영어 제목 The Frog) 중 대사를 빗대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정숙 여사는 타지마할·샤넬 재킷 수사 

문 전 대통령 수사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조아라)는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영부인 자격을 활용해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했다는 ‘외유성 출장 의혹’과 같은 해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샤넬 측으로부터 재킷을 대여해 입은 뒤 반납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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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미반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2021년 샤넬 측이 국립한글박물관에 샤넬재킷을 기증한 배경과 관련 논의가 이뤄진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은 김정숙 여사가 2018년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입었던 샤넬 재킷. 연합뉴스

검찰은 샤넬 재킷 미반납 의혹과 관련 김 여사가 해당 재킷을 착용한 이후 3년이 지난 2021년 샤넬 측이 돌연 국립한글박물관에 이 재킷을 기증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샤넬 측은 재킷을 기증하며 국립한글박물관 측에 ‘3년 전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옷’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 기증한 옷은 김 여사가 입었던 재킷이 아닌 유사한 디자인으로 별도 제작한 재킷이었다. 김 여사가 샤넬 측에서 대여해 준 재킷을 제때 반납했는지, 샤넬 측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해당 재킷을 기증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1년 당시 기증 논의에 참여했던 전직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재킷 기증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BH(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이라고 설명하며 기증을 받을지 말지 정하라고 했다”며 “샤넬에선 기증을 위한 실무 논의를 할 때도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옷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혹시 김 여사가 재킷을 반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반납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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