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만전자’ 간다더니 ‘6만전자’로…증권가, 삼성전자 목표가 줄줄이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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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전자’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삼성전자의 주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13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던 증권가들도 목표가를 속속 하향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영향이다.

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03% 내린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31일(6만6900원) 이후 최저가다.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0.38% 오른 15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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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팔자’행렬에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삼성전자 4조57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도 2조7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7월만 해도 반도체 업황 기대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 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를 2조7690억원 어치 순매수했는데 한 달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 모두에게 인기없는 주식”이라며 “외국계 증권사에서 반도체 업종의 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낮춘데다 엔비디아 등 대형 반도체주 급등 피로감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반도체 산업 전반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10만 전자’를 기대하게 했던 D램 업황은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38% 내린 2.05달러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반등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 5~7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하다 방향을 아래로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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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인공지능(AI) 고점론 등이 퍼지며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도 부담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는 경기 순환적 특성이 강한데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업황 주기가 고점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가가 과열됐다는 지적과 함께, 반도체 업황 기대감까지 꺾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회사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을 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지난주 동안 12.4% 급락하며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지수에 포함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30개 종목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올렸던 KB증권은 한 달만에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내렸다. 현대차증권과 DB금융투자도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각각 10만4000원과 10만원으로 하향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분기 현재 스마트폰,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증가해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분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9조7000억원으로 시장 평균 전망치(13조7000억원)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스마트폰과 PC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의 분수령은 고대역폭메모리(HBM)등 AI 관련 수요 등이 좌우할 전망이다. 반도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는 “과거 반도체 산업은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나왔을 때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2017년에 크게 레벨업했다”며 “HBM이라는 고부가가치 반도체가 나왔기 때문에 아직은 업황이 꺾이거나 주가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김태홍 대표도 “새 아이폰이 출시되고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 주가가 다시 반등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블랙 먼데이’ 공포를 비껴갔다. 9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지난 8월6일 이후 처음으로 2500선이 깨지며 시장을 긴장시켰지만 전 거래일보다 소폭(-0.33%) 내린 2535.93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장중 상승 전환해 전 거래일 대비 1.11% 오른 714.46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대적인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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