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랑스 유학파 김고은…남사친과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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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대학 시절부터 13년간 이어진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본을 받고 2년 반을 기다렸어요. 이야기가 솔직담백한 게 좋았죠.”

천만영화 ‘파묘’의 배우 김고은(33)이 무당 옷을 벗고 로맨스로 돌아왔다.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자유분방한 프랑스 유학파 재희(김고은)와 동성애자 흥수(노상현)의 대학 시절부터 13년간 이어진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재희의 집에 스토커가 침입한 사건을 계기로 룸메이트가 된 둘은 재희의 임신중절 수술, 흥수의 작가 등단 등 여러 사건을 함께 겪어낸다.

개봉 전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13년간 서사 안에 성장통이 잘 담긴 귀한 작품”이라 소개했다.

영화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집(2019) 속 단편 ‘재희’를 ‘미씽: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이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설에서 압축된 일상의 단면을 충실하게 복원해”(박상영)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김고은은 처음 가본 토론토 영화제에서 “1200여명 관객이 콘서트 보듯 매 장면에 호응하고 박수치며 영화를 즐기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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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김고은은 대학 01학번인 영화 속 재희와 실제 동갑내기다. 영화 ‘파묘’ ‘영웅’(2022), 드라마 ‘작은아씨들’(tvN, 2022) 등 설정이 강했던 최근작과 달리 ‘대도시의 사랑법’에선 본연의 매력을 자연스레 발휘했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다. 부모의 무관심과 유년기 왕따의 상처 탓에 연애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재희,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동성애자 흥수 등 각자의 다채로운 사랑법을 그린 점은 상업 영화로선 낯선 지점이다.

김고은은 “소재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살고 있고, 다양한 정체성이 있다. ‘각자의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하는 영화”라며 “우리네 사람 사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고은의 20대도 재희처럼 성장통을 겪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직장 일로 중국 베이징에서 중학교 1학년 때까지 10년간 살다 귀국했다. 영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초등학교 때 중국 거장 첸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2003)를 20번이나 볼 만큼 감명받으면서다.

“중국에서 살다 와서 완전히 ‘한국적 마인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그는 “왜 다르게 생각하면 잘못된 것, 별나다는 인상을 주는 걸까, 20대 때는 그게 억울했고 시행착오와 충돌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재희가 자기 것은 다 내려놓고 사회와 타협하려는 시행착오를 겪는데 내 20대도 그랬던 것 같다”며 “나의 다름을 올바르게 표현할 줄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재희의 가장 큰 성장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1순위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0대 때 주변의 편견에 시달린 기억이 상처로 남았다는 김고은은 이준익 감독(‘변산’), 윤제균 감독(‘영웅’) 등 주변의 ‘좋은 어른들’로부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영화 속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재희와 자신은 얼마나 닮았을까. 김고은은 “실제론 겁이 많아 재희처럼 놀아보진 못했다. 소개팅·미팅도 안 해봤다”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의 편견 어린 발언을 꼬집는 ‘직장인 말투’는 직장인 친구들을 관찰하며 배운 것이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재희의 친한 언니나 친구 같은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관객들이 재희를 오해하지 않게 잘 표현하고 싶다, 재희의 이면을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재희의 결혼식 때 흥수와 재희가 같이 춤추며 들려주는 내레이션을 꼽았다. “고1 때 만나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 2명이 떠올랐다”면서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2022) 이후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한 노상현(34)과는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나 고민도 나누면서 “연기와 일상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대도시의 사랑법’은 각자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영화”라며 “음악감독을 맡은 뮤지션 프라이머리의 음악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보고 나면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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