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페라 부르듯, 피아노를”…이탈리아를 치는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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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라나는 유럽 중심으로 주요 무대에 잇달아 초청받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내가 태어난 곳은 도시 전체가 빛에 가득 찬 느낌을 준다. 모든 건물이 흰 빛이 도는 노란색의 벽돌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남쪽에 있기 때문에 햇살도 눈부시다.”

피아니스트 베아트리체 라나(31)가 태어난 곳은 이탈리아 남부 도시 레체다. 오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7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와인을 만들었고, 부모는 피아니스트였다”고 했다. 그는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9세에 데뷔했고 이탈리아 항구 도시인 모노폴리에서 공부했다. 이탈리아 전통을 강하게 간직한 피아니스트다.

경력은 빠르게 발전했다. 18세에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20세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했다. 베를린필,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뉴욕필과 협연했고 뉴욕 카네기홀,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공연했다. 2015년에는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와 함께 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 음반으로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함께 했던 지휘자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주빈 메타, 발레리 게르기예프, 파부 예르비, 만프레드 호네크, 클라우스 메켈레 등과 협연한 경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라나의 카네기홀 데뷔 무대에 대해 “벨칸토(이탈리아의 가창 기법)적인 우아한 음악 해석”이라고 평했다.

그의 정체성은 이탈리아의 노래다. 오페라 발상지이자 노래의 강력한 전통을 간직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라나는 “오페라 가수가 노래하듯 선율을 상상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점이 내 특별한 해석과 호소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오페라 전문 피아니스트였다. “집에서 매일 오페라를 들었고, 많은 성악가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 남부 이탈리아답게 유명한 음악은 늘 오페라였고 우리 문화의 일부였다.”

그는 피아노가 사람의 목소리, 또 다른 악기의 소리까지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피아노는 성악가처럼 노래하고 현악기처럼 진동해야 하며, 금관악기의 깊이도 가져야 한다.”

2017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연주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멘델스존·브람스·라벨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작품, 내가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작곡가의 의도를 방해하지 않는 곡이어야 한다.” 그는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는 슈베르트”라고 덧붙였다.

또 멘델스존의 무언가, 브람스 소나타 2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와 ‘라 발스’로 이뤄진 이번 내한 프로그램에 대해 “하나의 주제를 꼽자면 ‘환상’”이라고 소개했다. “브람스가 20세에 쓴 작품 중 마지막 4악장은 굉장히 신비롭고, 상상력이 미래지향적이다. 멘델스존은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볼 수 있고, 단연코 가장 미래지향적인 라벨의 작품까지 선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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