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황금종려상 vs 황금사자상…스크린 ‘아트영화’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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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노라’, ‘룸 넥스트 도어’(아래 사진)는 내년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올해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2주차로 개봉해 맞대결한다.

여성 스트리퍼와 러시아 재벌 2세의 신데렐라 스토리 ‘아노라’(션 베이커 감독, 11월 6일 개봉)와 친구의 불법 존엄사에 동참하는 여성 작가의 비밀스런 여행기 ‘룸 넥스트 도어’(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23일 개봉)다. 국내 팬덤을 쌓아온 두 감독이 각각 성 노동자와 죽음이라는 화두를 파고들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모두 뉴욕을 무대로, 독립적 방식으로 제작했다. 뉴욕의 극과 극 모습을 담은 아트버스터의 격돌이다.

‘룸 넥스트 도어’는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75) 감독이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와 함께한 첫 영어 장편영화다. 말기암인 전직 종군기자 마사(틸다 스윈튼)가 옛 직장 동료이자 작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에게 자신의 비밀 안락사 여행에 동행해주길 부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지지한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장 1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황금사자상 수상 후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세상에 깨끗하고 품위 있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소감을 밝히며, 스페인과 달리 안락사가 불법인 미국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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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노라’(위 사진), ‘룸 넥스트 도어’는 내년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노라’는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귀여운 여인’을 디즈니 가족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반항적인 섹스 코미디”(가디언)라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우즈베키스탄계 이민자 집안의 스트리퍼 아노라(미키 매디슨)는 클럽을 찾은 철없는 러시아 재벌 2세 이반(마크 아이델슈타인)과 불같은 사랑에 빠져 충동적으로 결혼한다. 행복도 잠시, 백마 탄 왕자인 줄 알았던 이반은 부모가 결혼 무효를 종용하자 도망치고, 아노라는 굴욕을 무릅쓰고 결혼 주도권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코미디와 스릴러 장르의 변주를 통해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뾰족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션 베이커(53)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과거·현재·미래의 성 노동자에게 바친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내년도 오스카 예측에선 ‘아노라’가 우세한 상황이다. 시상식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 등에 따르면 ‘아노라’는 작품·감독·각본·편집·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룸 넥스트 도어’는 작품·각색상과 함께 틸다 스윈튼의 여우주연상 후보 진출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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