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반도체·AI·양자 對中 투자 통제…'동맹국에도 요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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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과 관련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우려 국가 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과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미국인이 ‘우려 국가’의 안보 관련 기술·제품에 사실상 투자할 수 없도록 막는 내용이 골자다. ‘우려 국가’를 중국과 홍콩, 마카오로 규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이런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이번에 최종 규칙으로 확정된 것이다. 시행은 내년 1월 2일부터다.
미국 정부가 투자를 통제하기로 한 기술·제품 분야는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이다.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미국인 또는 미국 기업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미 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사전 신고가 의무이긴 하지만 핵심 기술은 거래 금지 항목에 넣어 사실상 최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AI 분야에서는 모든 AI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투자가 금지 항목에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 AI 반도체 등의 수출을 금지했는데, 이번엔 거기서 더 나아가 자본 투입도 막은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우려 국가, 즉 중국이 군사 현대화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등이 투자하는 중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 군사력 증강에 활용돼 미국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기에 통제한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온 중국의 최첨단 기술의 성장을 막는 데 있다는 게 국제 사회의 평가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경우 6개 기술 항목에서 모두 중국의 연구경쟁력이 미국을 앞섰다. 한국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AI 기술이 중국에 겨우 0.8년 앞서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양자컴퓨팅은 여전히 미국이 앞서 있지만, 중국은 2003~2022년 전 세계 양자 특허 출원의 37%를 차지해 미국(28%)을 앞지르는 등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반도체에서도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선발 주자들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 과학분야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은 10~20년 내에 대부분의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혁신 선두에 있거나 매우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수십 년 안에 중국이 미국에 수출 규제를 가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영향은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한국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재무부 행정규칙은 준수 의무자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이라며 “준수 의무자, 투자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이 대중(對中) 투자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당시 국회도서관도 보고서를 통해 “첨단기술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규제가 해당 분야의 우리 기업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대중 투자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할 경우 한국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투자 규제 행정명령 발표 직후 백악관은 “이번 조치에 동맹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며 동맹국의 동참 여부를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반도체 규제에서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지 않도록 요구한 바 있다. 대중 투자를 봉쇄한 미국의 조치에 동맹국으로서 동참할 경우 중국이 원자재 수출 금지 등의 방식으로 보복을 하면 경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곽 교수는 “과거 대중 수출 규제 이후 통계를 보면 미국·유럽으로의 수출이 느는, 이른바 ‘동맹국 효과’가 보인다. 미국의 규제에 동참하는 게 불이익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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