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옥탑방·반지하까지 첫 전수조사…'센서스 100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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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통계청장(가운데)이 15일 서울 봉천동의 한 교회에 들러 가구주택기초조사를 하고 있다. 통계청

지난 15일 오후 4시. 이형일 통계청장이 서울 시내 대표 ‘빌라촌’으로 꼽히는 봉천동 주택가에 통계 조사용 태블릿 PC를 들고 나섰다. 5년마다 진행하는 ‘가구주택기초조사’를 위해서다. 위성항법장치(GPS)와 연계한 태블릿 지도 속 빌라를 두드리자 ‘3층 주택, 8세대’ 정보가 떴다. 동행한 ‘베테랑’ 최화자 조사원은 “(진짜 8세대 주택인지 가려내려고) 우편함과 가스 검침기가 8개 달렸는지부터 확인한다”며 건물 안팎을 살핀 뒤 태블릿 PC에 맞다고 체크했다.

이 청장은 한 반(半)지하 가구에 들러 “농가로 등록돼 있어 확인하러 통계청에서 나왔다”며 “논밭 300평 이상을 경작하시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응답자는 “부모님이 논밭을 팔아 현재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답했다. 옆 건물 7층 교회는 4층에 2가구가 사는 것으로 등록돼있었다. 역시 직접 방문해 확인했더니 “원래는 연립 주택이었는데 최근 헐고 다시 지었다. 현재는 7층에 1가구만 산다”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인근 4층 빌라는 1층 입구부터 닫혀있었다. 창문에 붙은 관리인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집마다 방과 화장실 개수, 사람이 실제 사는지 아닌지, 용도 등을 확인했다. 5층 건물 계단을 올라 건축물대장에는 없는 옥탑방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조사에서 행정 정보와 실제 정보가 다르면 통계청은 이를 바로 잡는다.

통계청 가구주택기초조사가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공무원 1300명 및 조사 요원 8000여 명이 지난 8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현미경 조사’에 나섰다. 특히 올해 가구주택기초조사에선 옥탑방과 반지하 현황을 처음 전수 조사한다. 옥탑방에 사는 폭염 취약 가구에 냉방비를 지원하고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 가구에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구주택기초조사는 5년 단위로 ‘4’ ‘9’로 끝나는 해마다 11월에 진행한다. 전국 1600만 가구의 주소와 빈집 여부, 고시원·고시텔·오피스텔 등 여부, 농림어가 여부, 방 개수 등 14개 항목을 확인한다. 읍·면·동 단위 전국 거처(사람 사는 장소)와 가구(생활 단위) 기초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최 조사원은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데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낮 시간대 방문 조사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국가 정책을 펼치는 기본인 통계 조사를 맡는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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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가구주택기초조사는 내년 100년을 맞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의 기초를 닦는 조사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 추출해 진행하는데, 표본에 전국의 모든 가구와 거처가 빠짐없이 들어가도록 가구주택기초조사를 하는 식이다. 건축한 지 5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는 현장 조사 없이 행정 자료와 공간 정보를 활용해 조사 항목을 확인한다. 하지만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일일이 확인에 나선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가구주택기초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인구주택총조사의 통계 품질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전자 조사 시스템도 개선했다. 조사원이 현장에서 파악한 내용을 태블릿 PC에 입력하면 시스템 내부에서 자동으로 오류를 잡아내는 ‘내검(內檢)’ 기능을 추가했다. 자료 처리 기간을 줄이고 조사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취지에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19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가족계획 정책, 1980~90년대 신도시 건설,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복지 정책을 세우는 데 기초 자료가 됐다. 이형일 청장은 “향후 100년을 설계하는 데 기초가 될 가구주택기초조사, 인구주택총조사에 국민의 응원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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