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해영 아빠'로 활짝 웃은 타이거즈 레전드 정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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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죠. 아들 덕에 시상식도 오고."
'KIA 타이거즈 정해영 선수 가족'. 정회열(56) 동원대 감독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란히 선 아들 정해영(23)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31년 만에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두 사람에게 2024년은 최고의 한 해가 됐다.
정해영은 올해 53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1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정해영은 4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최연소 100세이브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단 1점만 내주면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26일 KBO 시상식장에서 만난 정해영은 "한 번 받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세이브는 내 힘만으로 되는 기록도 아니고, 투수와 야수가 힘을 합쳐 잘 하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키며 포수 김태군과 힘찬 포옹을 했다. 31년 전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감독도 그 감격을 누렸다.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마스크를 쓴 정회열은 우승이 확정된 뒤 마운드로 뛰어가 선동열과 부둥켜 안았다. 당시 정 감독은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고마운 일이 또 생겼다. 26일 열린 KBO 시상식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정해영은 세이브상 수상자로 참석했고, 가족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자리했다. 정 감독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선수 시절 시상식에 참석한 한 번 뿐이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을 때다. 아들 덕분에 이렇게 큰 무대에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정해영은 "부모님이 좋아하시고, 특히 아버지가 좋아하시니까 나도 좋다"고 했다.
아버지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땐 반대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공도 받아주지 않았다. 입단 당시 KIA 전력분석 코치로 일하고 있하던 정 감독은 "특혜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해영이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정회열의 아들'로 관심을 모았지만 KIA의 든든한 소방수로 자리잡았다. 정회열 감독은 "4~5년 뒤면 '정해영의 아버지'가 될 거고,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영이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 오늘 같은 장면을 꿈꿨다. 아들이 참 대견하다"고 흐뭇해했다.
데뷔 5년 만에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다가도 구속 저하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올해는 어깨 부상도 겪었다. 아버지도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마무리투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회열 감독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결과로 앞에 던진 투수들의 결과를 말아먹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인데 잘 이겨내서 뿌듯하다"고 했다.
마무리투수들은 부담과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꾸준히 오래 활약하긴 어렵다. 정해영도 이를 잘 안다. 그는 "중간투수가 롱런하기란 쉽지 않다. 구단과 스태프들이 잘 관리해주셔서 5년 동안 왔다. 앞으로도 더 몸을 잘 만들겠다"고 했다.
'2세 선수'로서 잘 성장해 큰 효도를 했지만, 정해영은 또다른 '효'도 준비하고 있다. 우승 보너스로 아버지에게 선물을 할 계획이다. 정해영은 "차나 시계를 선물해드리려고 한다. 차는 당연히 KIA자동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열 감독은 "대만족이다. 참 행복하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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