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해영 아빠'로 활짝 웃은 타이거즈 레전드 정회열

본문

17326777455807.jpg

26일 KBO시상식에 참석한 정회열(왼쪽)-정해영 부자. 정회열 동원대 감독은 1993년, 정해영은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마지막 장면을 포수와 투수로 장식했다. 김효경 기자

"기분 좋죠. 아들 덕에 시상식도 오고."
'KIA 타이거즈 정해영 선수 가족'. 정회열(56) 동원대 감독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란히 선 아들 정해영(23)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31년 만에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두 사람에게 2024년은 최고의 한 해가 됐다.

정해영은 올해 53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1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정해영은 4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최연소 100세이브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단 1점만 내주면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26일 KBO 시상식장에서 만난 정해영은 "한 번 받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세이브는 내 힘만으로 되는 기록도 아니고, 투수와 야수가 힘을 합쳐 잘 하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17326777461196.jpg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포옹하는 정해영(왼쪽)과 포수 김태군. 연합뉴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키며 포수 김태군과 힘찬 포옹을 했다. 31년 전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감독도 그 감격을 누렸다.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마스크를 쓴 정회열은 우승이 확정된 뒤 마운드로 뛰어가 선동열과 부둥켜 안았다. 당시 정 감독은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고마운 일이 또 생겼다. 26일 열린 KBO 시상식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정해영은 세이브상 수상자로 참석했고, 가족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자리했다. 정 감독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선수 시절 시상식에 참석한 한 번 뿐이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을 때다. 아들 덕분에 이렇게 큰 무대에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정해영은 "부모님이 좋아하시고, 특히 아버지가 좋아하시니까 나도 좋다"고 했다.

아버지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땐 반대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공도 받아주지 않았다. 입단 당시 KIA 전력분석 코치로 일하고 있하던 정 감독은 "특혜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해영이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17326777464367.jpg

해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마운드로 달려가 선동열을 끌어아는 포수 정회열. 중앙포토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정회열의 아들'로 관심을 모았지만 KIA의 든든한 소방수로 자리잡았다. 정회열 감독은 "4~5년 뒤면 '정해영의 아버지'가 될 거고,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영이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 오늘 같은 장면을 꿈꿨다. 아들이 참 대견하다"고 흐뭇해했다.

데뷔 5년 만에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다가도 구속 저하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올해는 어깨 부상도 겪었다. 아버지도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마무리투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회열 감독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결과로 앞에 던진 투수들의 결과를 말아먹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인데 잘 이겨내서 뿌듯하다"고 했다.

마무리투수들은 부담과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꾸준히 오래 활약하긴 어렵다. 정해영도 이를 잘 안다. 그는 "중간투수가 롱런하기란 쉽지 않다. 구단과 스태프들이 잘 관리해주셔서 5년 동안 왔다. 앞으로도 더 몸을 잘 만들겠다"고 했다.

'2세 선수'로서 잘 성장해 큰 효도를 했지만, 정해영은 또다른 '효'도 준비하고 있다. 우승 보너스로 아버지에게 선물을 할 계획이다. 정해영은 "차나 시계를 선물해드리려고 한다. 차는 당연히 KIA자동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열 감독은 "대만족이다. 참 행복하다"며 껄껄 웃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44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