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태열-루비오 “한·미 동맹은 린치핀” 확인…다시 시동거는 韓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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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 동맹은 핵심축(linchpin)"이라고 확인했다. 양국은 공통적으로 보도자료에 해당 내용을 포함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한·미 간 첫 고위급 접촉에서 한국의 대행 체제와 무관하게 동맹 작동에는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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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외교부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통화에서 한·미 관계, 북한과 북핵 문제, 한·미·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의 취임을 환영하고 지난 70여년 간 굳건하게 이어온 한·미 동맹을 미국 신행정부에서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한·미 동맹이 한반도 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안보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외교부와 국무부의 보도자료에 공통적으로 그대로 실렸다.

핵심축은 오바마 행정부 이래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돼온 상징적 표현이다. 탄핵 국면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동맹의 우선순위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측이 이를 다시 공식적으로 확인한 건 여전히 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엔 한국 국내 여론을 안심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전날 미·일 외교장관회담 뒤 국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없었던 "한·미·일 협력 강화"도 한·미의 보도자료에는 모두 포함됐다.

루비오 장관은 또 "(자신이) 취임한 후 24시간 내 조 장관과 통화를 가진 것도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해당 내용은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없었는데, 외교부가 별도로 이를 부각한 것도 국내외적 우려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조 장관은 이번 통화에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한국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루비오 장관에게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에 공감하며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17년 1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트럼프 취임 9일 만에 황교안 권한대행과 첫 통화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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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마코 루비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양 장관이 북핵 문제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은 외교부 보도자료에만 포함됐고, 국무부 보도자료에선 빠졌다. 국무부는 양 측이 "역내 공통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표현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튿날인 지난 21일 열린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관련 언급이 빠진 것과 유사한 기류다.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로 부르며 북·미 대화에 관심을 드러내는 트럼프가 북핵 문제 규탄의 수위를 낮출 거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 측은 아직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통화에서 루비오 장관은 조 장관의 방미를 초청했다. 이에 "양측은 상호 편리한 가능한 이른 시기에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 장관은 다음 달 '안보 올림픽'으로도 불리며 북한군 파병 문제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비중 있게 다뤄질 뮌헨안보희의 참석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양자 회담은 물론 다자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위급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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