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령도시된 시카고…트럼프, 33시간만 불법 이민자 460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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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인근 국경 철조망 뒤로 성조기가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州)의 중심인 시카고 리틀빌리지. 시카고 내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 중 하나인 이곳엔 며칠째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연방정부의 대대적 불시 체포(raid) 작전을 우려한 주민들이 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곳은 ‘미 중부의 멕시코’로 불릴 만큼 멕시코 이민자 비율이 높다. 2마일(약 3.2㎞)에 달하는 거리에 있는 가게 500여개도 급감한 손님 탓에 울상이다.

이는 리틀빌리지를 비롯한 시카고 도심 전체가 이날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유령 도시’로 변했다며 폭스뉴스가 전한 현지 상황이다. 시카고는 인구 260만 중 50만 명 이상이 이민자로 추정되는 곳으로 불법이민 단속의 핵심 타깃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게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트럼프는 20일 취임과 함께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음날부터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이를 담당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21일 자정부터 22일 오전 9시까지 33시간 사이에 불법 이주민 4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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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바닥에 앉아 미 당국의 추방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동트기 전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AP=연합뉴스

ICE를 이끄는 ‘국경 차르’ 톰 호먼은 “게임은 시작됐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들은 더 많은 (불법이민자) 체포를 보게 될 것”이라며 “피난처 도시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피난처 도시는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적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온 시카고·뉴욕·샌프란시스코 등의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민주당 소속 단체장인 곳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22일 폭스뉴스에 “피난처 도시들이 자신의 이민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 지원 자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경에 병력 1500명 투입…1만명까지 늘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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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오테이 메사 항구 인근에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ICE 외에도 미 행정부 전체가 불법 이민 차단에 총동원되는 모양새다. 이날 국방부는 미 남서부 국경에 1500명 이상의 지상 요원, 헬리콥터, 정보분석관 등을 투입했다. 여기엔 해병 1사단 소속 해병대원 500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주방위군과 예비군 등 현지에 있는 2500명의 병력에 합류한다. 국방부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구금한 불법 이민자 5000명을 추방하기 위해 필요한 군 수송기도 제공하기로 했다. 국경에 물리적 장벽을 건설하는 일 등에도 병력이 투입될 계획이다.

로버트 살래세스 국방부 장관 대행은 “국경의 광범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안보부, 연방정부 기관, 주정부 파트너들과 협력해 추가 임무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시작일 뿐”이라며 추가 병력 투입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군이 최대 1만 명의 (남부 국경) 병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이민 단속 협조 않는 주엔 수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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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인 엘패소 지역에 설치된 표지판. 왼쪽이 미국이고 오른쪽이 멕시코 영토임을 알려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법무부도 불법 이민자 추방에 협력하지 않는 주정부에 대한 수사를 경고했다. 에밀 보브 법무부 차관 대행은 21일 전국 연방검찰청에 “연방법은 주와 지역의 행위자들이 합법적인 이민 관련 지시를 저항, 방해하거나 따르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며 “그런 위법 행위와 관련된 사건을 기소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ICE 요원이 교회·학교 등에서 단속 활동을 하는 것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도 불법 이민 단속 지원에 나섰다. 22일 미 상원은 불법 이민자 구금 관련 내용을 담은 ‘레이큰 라일리 법안’을 가결시켰다. 트럼프 2기에 처음으로 의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트럼프가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법안은 불법 입국해 미국에서 강도·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체포됐던 사람을 국토안보부가 구금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레이큰 라일리는 지난해 2월 미국에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인에 의해 조깅 도중 살해된 미국 여성의 이름이다.

미국 정착 허가를 받았던 난민 입국도 불투명해졌다. CNN은 “국무부가 (입국이) 예정된 난민들의 미국행을 모두 취소하고 모든 난민 사건 처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이로 인해 예정된 항공편이 취소돼 약 1만 명 난민의 미국 입국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에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입국을 허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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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임시보호소에서 미국으로 향하려는 이민자들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멕시코는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들이 속속 자국에 모여들자 이들을 수용할 임시 거주지를 설치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조치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멕시코 국경 도시가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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