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신축·재건축 아파트를 지을 때 고령자 특성에 맞춘 편의시설 등을 일정 비율 이상 갖추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준다. 고령자 식사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자체 필요에 따라 신축 아파트에 공용식당을 설치토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요양원 등 외부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바꿔나간다는 취지다.

2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제8차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초고령화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저고위는 그간 주로 저출생 추세 반전에 주력해왔는데, 한국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선 노인 돌봄·주거 분야 대책으로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 강화방안’을 내놨다. 현재 시설·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노인돌봄을 살던 집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국내 노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57.8%에 달하지만, 대부분 고령자가 생활하기 불편한 점이 많다. 저고위는 신축·재건축 아파트 내에 ‘고령친화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갖추면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고령친화주택이란 고령자 맞춤 안전·편의시설, 식사·청소·안부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주택이다. 향후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용적률 상향 근거 등은 주거약자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또 고령자 식사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자체가 필요할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공동주택에 공용식당을 의무 설치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장기요양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존에 살던 집을 고령친화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된다. 대상자를을 중위소득 48% 이하에서 50% 이하까지로 확대하고, 지원금액 한도를 약 30%(최대 1200만→1600만원) 인상한다.

중산층 고령자용 민간임대주택(실버스테이)에 집을 소유한 사람도 입주 가능토록 하고,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제도)을 수령 중인 집에서 이주하는 경우에도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실거주 예외를 허용한다. 실버스테이 건설 시 용적률을 상한의 1.2배까지 상향하고, 상업지역 내 비주거 부분 면적 비율을 20%에서 10%까지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인구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외에도 재가돌봄 확충,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집에서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 6종인 재가요양서비스에 이동 지원 등 수요 높은 서비스를 추가하고, 치매환자에 대한 주·야간 보호기관 이용 한도 상향도 검토된다. 요양병원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기능을 재정립하고, 요양시설이 부족한 수도권 지역에 토지·건물 임차를 통한 운영을 비영리법인에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지역사회 중심 통합적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첫 출발점”이라며 “구체화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3월부터 진행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관계부처·전문가·이해관계자와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저출생 대책 과제의 이행을 점검하고, 다자녀가정에 대한 혜택도 추가로 발표됐다. 3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통행료를 20% 감면하고, ‘일반고 우선배정’ 제도를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무원 육아휴직 대상이 되는 자녀 연령을 만8세에서 12세까지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