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난해 韓 경제성장률 2% 턱걸이, 4분기는 '성장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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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한국 경제가 2% 턱걸이로 성장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건설 경기 부진이 심화한 데다 12월 비상계엄 여파에 소비까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하락한 0.1%에 그쳐 충격을 줬다. 올해 상반기까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대비ㆍ속보치)이 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하면 2.04%로 잠재성장률(2%)에 간신히 부합했다. IT(정보기술) 수요 확대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면서 전년 성장률(1.4%)보다는 높아졌다. 다만 한은의 지난해 11월 전망치(2.2%)보다는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로 ‘깜짝 성장’했다가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1%씩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수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았다. 같은 해 5월 한은은 2.5%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분기 깜짝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뒤로 갈수록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안 좋아지면서 성장세가 시들해졌다.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2023년 1.5%에서 지난해 -2.7%로 고꾸라졌다. 그 결과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2023년 1.4%포인트에서 지난해 0.2%포인트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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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특히 4분기 성장률(0.1%)은 전망치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라 ‘성장 쇼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망치(0.5%)의 절반도 안 되는 0.2%에 그쳤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위주로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의 호조로 1.6% 늘었다. 각각 4분기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렸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건물ㆍ토목 동반 부진으로 3.2% 뒷걸음치면서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렸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0.3% 증가했고, 수입은 자동차ㆍ원유 위주로 0.1%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3분기 휴대전화와 자동차 신제품 출시 효과 등 일시적 요인이 4분기 들어 없어졌고,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 난방 수요도 크지 않았다”고 했다. 건설투자와 관련해선 “선행 지표인 수주나 착공이 부진한 가운데 12월 신규 분양 실적이 악화했다”며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인건비와 공사원가가 많이 올라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까지도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12ㆍ3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계엄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둔화하는 등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고, 집값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지면서 건설 경기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신 국장은 “4분기 전망치와 실적치가 0.4%포인트 차이 나는 게 다 정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도 수출 둔화,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1.6~1.7%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성장률 전망치인 1.9%를 기준으로 한 올해 실질 GDP는 2335조4370억원이다. 성장률이 이보다 0.2%포인트 낮은 1.7%에 그칠 경우 GDP는 2330조8530억원으로 4조5840억원 감소한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5%에서 0.1% 감소한 영향(2조2222억원)까지 합산하면 계엄 이후 날아간 GDP 규모가 6조8062억원에 이른다. 한 대에 2800만원인 중형 세단 쏘나타를 24만3000대 더 팔아야 메울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꺼져 가는 경제를 살릴 동력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 상경 계열 교수 10명 중 6명(57.6%)이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대로 추정했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66.7%에 달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41.8%)  ‘신성장동력 부재’(34.5%),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낮은 노동생산성’(10.8%) 등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인구 절벽에 대응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찍이 한국이 지금 추세대로 가면 2025년부터 1%대, 2030년이면 0%대 저성장에 진입할 거라고 경고했다”며 “그런데도 노동개혁은 실패했고 규제개혁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일단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 정치 불확실성을 줄이고, 내수는 효과적으로 재정을 풀어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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