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인공지능(AI) 육성을 위해 2천억 유로(약 300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AI 물결에 올라타려는 주요 선진국들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InvestAI Initiative)를 발표했다.

인베스트AI는 유럽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만 보면 AI 분야 세계 최대라고 EU는 설명했다.

2천억 유로 중 500억 유로는 기존의 EU 기금을 활용하는 '인베스트AI 기금' 형태로 마련된다. 보증 및 금융 지원 형태가 될 전망이다. 나머지 1500억 유로는 민간 투자로 구성된다. 유럽 60여개 회사가 투자를 약속하는 '유럽 AI 챔피언 이니셔티브'라는 별도 회의체를 꾸렸다.

EU는 유럽 전역에 초대형 AI 모델 훈련에 특화된 'AI 기가 팩토리'를 최소 4군데 구축할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성공 사례가 AI 기가 팩토리에서도 재현되기를 희망한다"며 "AI는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보를 강화하며 보건을 높이고 지식 정보에 대한 접근을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중국이 앞서 나가고 유럽은 뒤처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AI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EU의 AI 관련 규제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로 평가되는 EU의 AI법은 2026년 8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특정 제품이나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때 발생 가능한 위험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