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빛 질주’ 2000년대생 스노보더들, 2026년 밀라노를 부탁해
-
2회 연결
본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라난 스노보드가 2000년대생 샛별들의 거침없는 질주를 앞세워 다시 전진한다. 2006년생 이채운(19·수리고)을 필두로 2008년생 김건희(17·시흥매화고)와 최가온(17·세화여고)이 나란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다가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전망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김건희는 13일 중국 야부리 스키장에서 끝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결선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강풍으로 경기가 취소돼 예선 1위(78점)를 기록한 김건희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그야말로 깜짝 우승이다. 김건희는 2008년 7월생으로 아직 18살도 되지 않았다. 국가대표로는 2022년 5월부터 활약하기는 했지만, 선배 이채운처럼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정상급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 연기를 겨루는 경기다. 스키처럼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와야 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날 예선을 마친 조직위원회는 이날 결선을 치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차디찬 강풍이 불었고, 정오 이후에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자 결선을 취소하고 예선 성적으로 메달 색깔을 정했다. 이렇게 김건희가 금메달을 가져갔고, 예선에서 3위(69.75점)를 기록한 이지오(17·양평고)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로써 한국 스노보드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앞선 금메달의 주인공은 이채운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진학을 앞둔 이채운은 지난 8일 열린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90점을 얻어 우승했다. 최근 꼬리뼈를 다쳐 슬로프스타일에는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몸 상태가 호전해 출전을 결심했고 금메달이란 성과를 얻었다.
이채운은 2023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연소 기록(16세 10개월)으로 우승한 선수다. 이는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강원도에서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도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을 석권했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세계적인 경기력을 입증했다.
이날 결선을 치르지 못해 6위(43.75점)로 하프파이프를 마친 이채운은 “조직위원회에서 각국 코치들과 결선 강행 여부를 논의했다. 개별로 투표를 했는데 경기를 열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해 결선이 취소됐다”면서 “현재 왼쪽 무릎이 좋지 않고, 최근에는 꼬리뼈도 다쳐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그럼에도 2관왕 등극을 위해 많은 기술을 준비했지만, 결선이 열리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내년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를 고민 중인 슬로프스타일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 남은 1년간 잘 준비해 내년 대회에서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건희에게서도 기쁜 표정이 묻어났다. 이채운과 함께 훈련하며 많은 점을 배우고 있다는 김건희는 “5살 때 ‘스노보드를 타면 친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스노보드를 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 이제 다음 목표는 당연히 내년 동계올림픽이다. 무조건 입상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스노보드에는 이채운과 김건희 말고도 또 다른 대형 유망주가 있다. 바로 최가온이다. 2023년 FIS 월드컵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챔피언인 최가온은 지난해 1월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쳐 현재 재활과 실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지만, 최근 열린 월드컵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호전세를 보이고 있다.
김수철(48) 대표팀 감독은 “내년 동계올림픽 목표는 남녀 동반 금메달 획득이다. 남은 1년 동안 부상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