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퇴직 은행원 남편 대출, 아내가 심사…이런 부당대출 88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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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부인, 입행 동기 등과 짜고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을 일으킨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했다. 전체 부당대출 규모는 지난 1월 기업은행이 공시한 240억원이 아닌 882억원에 달했다. 25일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이해관계자 등과 부당거래에 관한 최근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기업은행에서 14년간 일하다 퇴직한 A씨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년간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직접 받거나 알선했다. A씨는 회사의 자금력을 허위로 부풀려 돈을 빌린 뒤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겼다.

기업은행 현직 심사역인 A씨의 부인과 은행 지점장은 이런 사실들을 알고도 대출을 승인했다. A씨는 건물에 미분양이 발생하자,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킨 후 이를 매각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A씨에게 골프 접대와 6700만원을 받고, 내부 반대에도 점포 입점을 밀어붙였다.

A씨는 건설사 청탁도 받아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알선하고, 12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입행 동기인 심사센터장 D씨와 지점장 3명이 대출을 승인해줬다.

A씨는 D씨에게 현금 2억원과 자신의 차명법인 지분 20%를 대가로 제공했다. A씨가 사모임 5개에 참여하면서, 필리핀 골프 접대를 한 임직원만 23명에 이른다.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8명에겐 15억7000만원의 현금도 줬다. 기업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17.8%(95억원)가 돌려받기 힘든 부실대출로 잡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부실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부당대출 정황을 제보받고도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사 기간 기업은행 직원이 271개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방해도 있었다. 이 수석부원장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검사에서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총 116억원에 달하는 고가사택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택을 받은 임원 중 일부는 사택 임차를 가장해 분양주택 잔금을 납부하다 적발됐다.

법무사 사무장과 농협조합 임직원이 매매계약서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1083억원(392건)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도 금감원이 추가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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