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상입법기구' 유신헌법에도 없다…김용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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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는 헌법 76조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5공화국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와 같냐는 질문에 “실수로 잘못 썼다”고 했다.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증인 신문에 답하면서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가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최상목(당시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있다”며 “그런데 직접 건네진 못했다. 최 장관이 좀 늦게 와서 만나진 못하고 실무자를 통해 전했다”고 답했다. 쪽지 작성자에 대해선 “제가 작성했다”고 했다.

김용현 “비상입법기구, 헌법 76조 긴급명령권이 근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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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의 사본이라며 지난 20일 MBC가 공개한 문서. 사진 MBC 캡처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리는 이 문건은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세 가지 지시 사항이 담겼다. 특히 국회 해산을 전제하는 비상입법기구는 구상 자체만으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이 성립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내란죄 여부를 판단할 핵심 근거로 거론돼 왔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도 나와있는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구성 과정에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답변을 들은 윤 대통령과 송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법학자 “비상입법기구 헌법 근거? 궤변”…국회 승인 필요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비상입법기구가 헌법에 근거한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76조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의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해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조항이다.

하지만 76조3항은 ‘대통령은 1항과 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통령 명령이라도 효력을 유지하려면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도입을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했을 때도 국회가 일주일 뒤 본회의를 열어 사실상 만장일치로 금융실명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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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리는 23일 오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탄 호송차가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할 근거는 87년 헌법(현행 헌법) 어디에도 없다”며 “1972년 유신헌법조차도 국회는 기능한다고 전제하는데, 예산을 차단해 국회를 마비시킨다는 것은 과거 헌법에도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 권한’과 ‘긴급조치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한’을 부여하지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 해제를 건의하면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게 되어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전 장관 주장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수행할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헌법상 별도의 조직을 구성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를 대체하는 개념의 비상입법기구는 박정희 시절의 비상국무회의, 전두환 시절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등으로 그때도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기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보위는 1980년 10월 27일 시행된 헌법 부칙 6조, 7조에 따라 기존 국회를 대체해 설치된 임시 입법기구로 이듬해 1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날인 1981년 4월 10일까지 존속했다. 정치활동규제법, 언론통제법 등이 국보위 시절 제정·시행한 대표적 악법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이날 변론 말미에 이미선 재판관이 “국가비상입법기구라고 쓴 건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할 기구를 생각한 거냐, 5공 국보위와 같냐”라고 다시 묻자 “아니다. 그러면 총리에게 줬지 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겠느냐”라고 부인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비상입법기구란 단어로 오해가 되는데 국회를 대신할 거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되묻자 “그럼 기재부 장관에 왜 줬겠느냐. 그건 제가 쓸 때 잘못 실수로 쓴 것 같다”고 ‘실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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