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 & Food] 단백질·항산화력 담은 '병아리콩&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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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식재료 몸무게 20kg 감량한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 정성희 소장의 체험기
포만감 있어 과식 막고 단백질 보충
식이섬유·철분 등 다양한 영양 함유
마늘 등과 함께 갈아 만든 후무스
양파·토마토 넣어 푹 끓인 스튜도
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것.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데 5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임상 실험하며, 염증 수치를 정상으로 체중을 20kg 감량한 정소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야기를 ‘나를 바꾼 식재료’라는 주제로 풀어봤다.
삶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연속이다. 고등학생일 때는 수능시험이 1순위였듯 사회인이 되고서는 업무가 1순위였다. 중요한 프로젝트라도 생기면 그 일이 끝날 때까지 다른 일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한때는 클래식 연주 모임에 열심인 적이 있었는데, 연주회 날짜가 정해지면 다른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이렇게 마음을 쓰는 활동에 몰입하면, 가끔은 스스로 건강관리 중이라는 것을 잊기도 한다. 그러다 돌연 힘들다는 걸 자각한다. 물론 몸이 불편할 때는 아예 할 수 없던 활동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들다가도 우선순위를 내준 탓에 당장 나의 컨디션이 떨어진 현실을 마주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컨디션’이라는 것은 나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입안이 상쾌한지, 관절이나 허벅지가 붓지 않았는지, 발목이나 무릎에 통증이 없는지, 화장실을 편안하게 갔는지, 마음에 걸렸던 일들이 충분히 해소됐는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반응을 살피며 매일 나만의 컨디션을 확인한다. 그런데 ‘컨디션’이란 참 알 수가 없어서, 좋은 컨디션이 금세 나빠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나 싶게 좋은 날도 있다. 답은 역시 관리밖에 없다. 건강 악화를 경험한 후 내게는 건강관리를 하는 나만의 경계선이 생겼다.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너게 되는 최후의 방어선과 같다. 강을 경계로 수없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던 나는, 경계선을 넘지 않게 도와줄 식재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식습관은 ‘과식’이었다. 나는 뭐든 잘 먹었고 소화력도 좋았다. 그래서일까 위장은 언제까지 튼튼하게 있어 줄 거라 여겼는데 40대에 들어선 어느 날 풍미 좋은 고기가 부대끼는 경험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뭐든 잘 먹다가도 어느 지점이 넘어가면 염증을 일으켰고, 어떤 때는 어느 지점에서 염증이 유발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시간을 원인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에 직면한 것이겠고, 사건을 원인으로 본다면 식습관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경계선을 넘지 않기 위해 내가 고른 식재료는 ‘병아리콩’이다. 포만감이 있어 과식을 막고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항산화력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화로 인해 소화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콩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신체와 세포의 기본 구성성분을 단단히 할 수 있다. 단백질은 신체를 구성하고, 생체 반응과 세포 내 화학반응의 촉매제를 구성하는 물질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단백질 외에도 병아리콩에는 복합탄수화물과 식이섬유(불용성, 수용성), 비타민 B6, 엽산, 철분과 피토케미컬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철분과 엽산은, 사람의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인 임신과 태아의 DNA 형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피토케미컬과 비타민E 같은 항산화 영양소는 산화되는 세포 노화를 지연하며, 비타민 B6는 단백질 대사와 적혈구 생성에 영향을 준다. 인도 전통의학 체계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아유르베다는 ‘콩의 성질이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라고도 설명한다. 병아리콩에 포함된 트립토판이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생성에 중요한 필수아미노산이고, 콩에 포함된 복합탄수화물이 혈당을 천천히 올려 뇌에 안정적인 영양소 공급이 일어나는 영양학적 맥락과 유사한 지점이다.
병아리콩을 즐겨 먹은 또 다른 이유는 지방산 함량이 비교적 낮다는 것이다. 지방산이 낮아 비린 맛이 별로 없고 콩 자체를 가볍게 조리하는 것만으로도 소화가 잘되는 영양구성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고소한 맛이 다른 요리와의 어우러짐도 좋고, 복합탄수화물이 충분해 단일 메뉴로 선택하기에도 편안했다. 병아리콩을 요리하려면 먼저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짝 말랐던 단단한 콩알들이 밤새 물기를 머금어 부드러워진다. 이 병아리콩은 충분히 익힌 후, 마늘·레몬즙·올리브유·강황 가루 등을 함께 갈아 만든 후무스에 구운 채소를 곁들이면 든든한 식사가 된다. 운동량이 많은 날에는 소금·후추 등으로 마리네이드한 닭 안심을 구워 후무스를 얹어 먹는다.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추운 날에는 콜리플라워와 병아리콩을 넣은 걸쭉한 수프를 만든다. 양파·토마토를 볶다가 커리 가루, 강황, 익힌 병아리콩을 넣어 푹 끓인 스튜도 있다.
콩을 불릴 시간이 없는 날에는 캔에 든 병아리콩을 한번 데쳐서 샐러드에 넣거나, 푹 익힌 후에 땅콩버터와 올리브유를 추가해 통곡물빵에 발라 먹어도 좋다. 다만, 콩과 녹색 채소를 함께 먹을 때는 옥살산염 생성을 방지하고 영양소의 흡수를 돕기 위해 꼭 레몬즙을 뿌린다. 물론, 나 역시 유난히 힘든 날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달콤한 간식이 당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아리콩을 불려 음식을 준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힘든 날에도 일상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날에도 컨디션은 유지해야 해서다. 기운을 내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오늘 하루, 병아리콩을 먹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감사한 하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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