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 & Food] 달콤·짭짤함 속 감칠맛 극대화한 '이상적인 스키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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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Dining 망원시장서 ‘작은 교토’로 소문 자자한 ‘티노마드 모리’

작은 등부터 식기까지 일본에서 공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비법 소스 개발
김종원 대표가 매일 신선한 야채 준비
“건강한 한 끼를 기분 좋게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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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마드 모리의 김종원 대표. [사진 김성현]

활력과 정겨운 분위기가 넘치는 망원시장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차분한 검은색 벽과 오래된 나무로 꾸며진 이국적인 외관으로 단박에 눈길이 가는 식당이 있다. 주인공은 ‘티노마드 모리’. 정신 없는 현대 사회를 사는 이들에게 휴식 같은 공간을 선물하고 싶어 ‘티노마드’라는 찻집을 열고, 현재는 수많은 단골의 사랑을 받는 김종원(53)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티노마드 모리’는 ‘티노마드’에서 외전(外傳) 격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10여년 전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속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에피소드를 재밌게 봤죠. 일본에서는 가정 수 만큼이나 스키야키 조리법이 다양하다고 하는데,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스키야키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황소고집을 가진 친구였어요.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도 예비 처가댁의 스키야키에 대해서만 생각하죠. 그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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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에서 공수한 나무로 꾸민 매장의 외관. [사진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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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취향을 보여주는 소품. [사진 김성현]

주제에 맞춰 메뉴와 식당의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며 ‘시즌제 식당’을 표방하는 이곳은 그간 육수가 넉넉한 관동식 스키야키, 구름 솜사탕이 올라간 스키야키, 프렌치 비스트로, 디저트 카페 등으로 변신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는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제목으로 관서식 스키야키를 선보이는 네 번째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데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시즌제 식당’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을 여는 순간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서, 가게 외벽의 나무나 내부의 작은 등부터 식기나 나무통까지 많은 것을 일본에서 공수해왔다.

덕분에 이곳은 ‘작은 교토’로 소문이 자자하다. 공간뿐 아니라 음식 역시 일본의 그것, 특히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이상적인 스키야키’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팽이버섯은 30˚, 표고버섯은 50˚, 곤약면과 두부는 각각 60˚와 90˚라고 강조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김 대표 역시 작품에 나오는 구성과 구도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물론 드라마의 스키야키를 그저 따라 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본질인 맛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소스 맛을 찾기 위해 몇 년의 세월 동안 20번이 넘는 테스트를 거듭했다고. 그렇게 그는 소스 속 재료의 비율을 미세하게 조절해 달콤함과 짭짤함 사이 미묘한 경계에서 감칠맛을 살려냈다. 한층 더 깊은 맛을 끌어내기 위해 프렌치 요리를 배우며 익혔던 조리법을 채소에 적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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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속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재현한 티노마드 모리의 스키야키. [사진 김성현]

메뉴는 스키야키뿐이다. “송이버섯?! 스키야키에 왜 송이버섯이!”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속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주인공 니시무라 카즈키는 스키야키만큼은 자신의 고집과 철학이 명확한 사람이다. 재료를 찍어 먹을 날계란은 흰자가 녹는 감촉을 잃지 않도록 정확히 아홉 바퀴 반만 저어야 하고, 채소를 모두 넣은 냄비는 뚜껑을 닫고 정확히 ‘3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이것을 두고 ‘신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티노마드 모리’의 스키야키는 작품 속 그것을 고스란히 구현했지만, 재현을 넘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한층 더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만들어냈다.

특히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김 대표는 매일 가게 앞 망원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온다. 덕분에 스키야키에 들어가는 양파, 대파,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두부, 쑥갓, 당근, 새송이버섯. 청경채, 알배추 등 모든 야채에서는 풋풋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프랑스 요리 학교 출신답게 그는 재료를 센 불에 놓고 익히는 프렌치 요리 기법인 ‘세지르’를 대파와 양파에 활용해 그 맛과 풍미를 한층 더 한다. 대파는 센 불에 굽고, 양파는 찌듯 구워내는데 이러한 미묘한 조리법의 차이 덕분에 ‘티노마드 모리’의 스키야키는 고기 외에도 채소가 맛있는 집으로 손꼽힌다. 고기 역시 마블링이 촘촘한 호주산 와규를 고집해 한층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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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에 맞춰 나무통에 담아내는 쌀밥. [사진 김성현]

시간이 정해져 있는 예약제 식당인 점을 고려해, 손님이 입장해 자리에 앉는 순간 맛볼 수 있도록 즉석에서 밥을 지어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갓 지어진 밥은 나무통에 넣어져 식탁 앞에 놓이는데 나무가 밥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 덕분에 쌀알 하나하나마다 탄력 있는 식감을 간직하고 있어 씹는 맛 또한 한층 더 찰기 있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품인 것은 심혈을 기울여 섬세한 비율로 만들어낸 소스다. 그는 일본 현지 가게에서 두 종류의 술을 활용한 비법 소스를 직접 전수받았다. 김 대표는 “술을 배합해 졸이면 복합적인 단맛과 감칠맛이 올라와 풍미를 더 한다. 설탕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단맛의 레이어가 생기는데, 그 복잡하고 은은한 단맛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와 채소를 거의 다 먹은 뒤 마지막에 육수가 자작하게 남았을 때 우동을 넣고 졸이듯 끓여 육수가 스며든 면을 시치미와 먹는 것도 별미다. 감칠맛 가득한 육수를 한껏 머금은 쫄깃한 면은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마침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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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위해 고집하는 와규. [사진 김성현]

이곳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도란도란 함께 앉아 가득 찬 냄비의 재료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음식인 만큼 가족 단위 고객부터 연인과 친구들까지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점심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평균적으로 하루 네 타임 예약을 받아 운영하지만, 빠르면 한 달 전에 전체 좌석이 마감되는 날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그저 한 끼 식사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여행 온 기분을 느끼고, 건강한 음식을 기분 좋게 즐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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